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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나눔과 지역축제
TheFestival 기자    2010-11-10 14:46 죄회수  10812 추천수 1 덧글수 3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10년 전 네덜란드에서 본 일이다. 어린 학생들이 신용카드 같은 작은 카드로 쉽게 어느 박물관에 들어가는 걸 보았다. 알아보니 뮤지엄카드(Museum kaart)라 하여 정부에서 학생들에게 내 주는 문화혜택이였다. 당시 교육문화과학부장관이 정부 예산 1,350만 유로를 들여 90만명의 유소년 학생들에게 한 학기당 15유로씩을 이 카드에 적립하여 내 준 것이다.

 


▲ 네덜란드의 뮤지엄카드. 카드 한장이면 일년내내 네델란드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뮤지엄카드는 학생뿐만 아니라 네델란드를 방문한 누구나 만들 수 있다. 25세 이상 성인은 39,95유로, 25세 이하 청소년은 19,95 유로만 내면 네델란드에 있는 전국 400여개 박물관, 미술관을 1년 동안 마음껏 드나들 수 있다. 심지어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암스테르담에 있는 고흐뮤지엄, 라힉스 뮤지엄 두 곳만 들려보더라도 입장료를 내는 것 보다 1년짜리 뮤지엄카드를 만들어 가는게 훨씬 저렴하다고 할 만큼 활성화 되어 있다.

 

뮤지엄카드를 이용해 학생들이 박물관과 미술관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모습을 보면서 어려서부터 예술과 문화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배려한 문화선진국의 면모를 실감하며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핀란드에서는 2년 전에 모든 국민이 개인적으로 문화활동에 쓴 경비만큼 소득액에서 제외해 주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소득세 경감정책으로 문화수준을 높이는 국가적 사업인 것이다. 국민의 문화활동이 왕성할 때 행복지수가 높아지고 범죄율이 떨어지기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저소득층을 위한 문화혜택을 넓혀가겠다고 하는 반가운 발표가 있었다. 저소득층에게 예술관람비용을 해마다 5만원씩 보조하는 ‘문화 바우처(Culture Voucher)’ 예산을 늘리겠다고 한 것이다. 원하는 공연,전시,영화,도서 등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의 관람료나 지출을 정부가 보조해 주는 방식이다.

 


▲ 문화바우처 홍보 영상

 

우리나라도 소외계층의 문화기본권 확보를 위한 입법방향을 국회에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랑의 문화나눔이나 티켓기부 등 온 국민의 평등한 문화적 혜택을 위한 운동이 시스템화되어야 한다.


노숙자들에게 점심 한끼 대접하는 것보다 공연티켓 한 장 쥐어주는 것이 더 큰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소중한 삶의 희망과 용기를 문화바우처를 통해 불어 넣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굶는 사람에게 점심 한 끼 사 주는 것은 가난을 연장시킬 뿐이지만, 공연티켓 한 장 사 주는 것은 희망을 연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메세나(Mecenat)라는 용어도 이젠 새롭지 않게 되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을 위해 기업들이 벌이는 문화예술후원 사업을 메세나라고 한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소득격차만큼 문화격차도 커지고 있다. 먹고 사는 어려움보다 문화소외감이 더욱 아프게 느껴진다. 정치인들이 배부르고 등따뜻한 사회건설을 선거공약으로 내 걸지 않고 문화수준을 높이겠다는 약속을 할 때 표를 많이 얻을 것이다. 

 

▲ 문화나눔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문화축제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숲에서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서울드럼페스티벌의 전야제 모습 

 

최근에 많은 지역축제들이 문화나눔에 나서고 있다. 문화축제라고 이름 붙인 곳이 수 십 군데다. 하동야생차문화축제, 세계김치문화축제, 전주한지문화축제, 이천쌀문화축제, 영암왕인문화축제 등이 그렇다. 서울시에서도 서울국제재즈난장, 서울드럼페스티벌 세종별밤축제 등을 통해 무료공연을 제공하고 문화나눔에 앞장서고 있다. 축제를 통한 문화나눔이 정착된다면 굳이 문화바우처 예산을 증액하지 않고도 소외계층이나 다문화가정을 위해 문화정책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suh@thefestival.co.kr

태그  문화나눔, 문화바우처, 문화혜택, 문화축제, 문화소외감, 문화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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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2011-03-12 02:35 수정삭제답글  신고
가슴에 와 닿는 글입니다.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닙니다. 문화가 있어야 삶이 보람되어집니다. 우리 국민은 문화소외감에서 탈피시켜주는 정치를 원합니다.
LaMer   2010-12-19 06:38 수정삭제답글  신고
노숙자들에게 점심한 끼 대접하는 것보다 공연티켓 쥐어주는 일이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본문 중에서)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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