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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 온 편지 (38)
더페스티벌 기자    2011-10-10 14:08 죄회수  3601 추천수 2 덧글수 3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가을 보내기 연습 중.........형제봉 활공장에서의 여유입니다. 가을이 저만치 가네요)


가을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아침에 집에서 바라다 본 너뱅이 들판은 시간이 멈춰진 듯 고요합니다.


새벽녘에는 싸늘했던 공기도 한낮에는 태양에 가열되어

피부까지 투과하고 몸속의 노폐물까지도 쏴악~ 훝어가 버립니다.


이제 보름정도만 지나면 하동의 칼라는 급변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옐로우에서 레드가 돋보인 레인보우 총천년색 칼라로...


그 마지막 이파리 하나 떨어질 때 까지 세상의 변화를 관조하려 합니다.

함께 세상의 변화를 즐겼으면 합니다.


이번 주에는 하동포구팔십리 뱃길을 떠내려가 본 얘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하동포구에서의 출항입니다. 작은 여행은 더 가슴이 설레고 더 잔잔한 행복입니다)

통통배타고 떠내려가 본 하동포구팔십리

섬진강을 곁에 끼고 사는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의 심리상태를 관찰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구요...


잠에서 깨어나 거실에만 나오면 바로 코앞에 하동포구가 쫘악~ 펼쳐 있으니

섬진강과 함께 눈을 뜨고 섬진강과 함께 잠이 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녀>도 늦잠을 잘 때가 있더라구요.

특히 "놀토"의 초겨울 아침은

때때로 해가 중천에 뜰 때 까지 쿨쿨 자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곤

깨우러 가기도 했었습니다.


"잠자는 섬진강을 깨우러 가다!"

이것을 농담으로 이해하시는 분이 계실 테지만 이건 정말 사실입니다.

눈꼽만 겨우 떼고 섬진강으로 달려가니 진짜 <그녀>가 늦잠에 취해 있었습니다.


갈대를 헤치고 강가로 내려가는 저의 발자국 소리에 청둥오리와 기러기가 퍼더득 날아가고

연쇄적으로 다른 청둥오리 떼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자

그때서야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저는 섬진강 예찬론자이기도 합니다 만 이것이 어디 저 뿐이겠습니까?

한 번 섬진강을 바라다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할 것입니다.

저의 작은 소망이라면 화개장터에서 섬진강 끝까지 뗏목을 타고 떠내려가 보는 것인데

앞으로 장비가 마련되면 한 번 시도 할 예정입니다. 그 땐 초청하겠습니다. ㅋㅋ


대신에 하동포구에서 통통배를 타고 노량해까지 떠내려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전에 이 노래 한 번 들어보시죠.


쌍돛대 님을 싣고 포구로 들고

섬진강 맑은 물에 물새가 운다

쌍계사 쇠북소리 은은히 울 때

노을진 물결위에 꽃잎이 진다

팔십리 포구야 하동포구야

내님 데려다 주오


하춘화가 부른 하동포구아가씨!라는 노래입니다.

하동출신 정두수선생이 노래시를 만드시고 박춘석선생이 곡을 붙인 노래입니다. 

하동포구 길을 팔십리라고 합니다 만 누가 실측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충 부른 것도 아닌 아련한 심리적 거리입니다.


백리도 아니고 칠십리도 아닌 팔십리여야 님을 보낼 수 있고 님이 올 수 있는

그 상상의 거리,

그만큼 섬진강은 그냥 물이 흐르는 강이 아니라 시가 흐르고

상상이 나래를 치고 님이 떠나고 님이 돌아오기도 하는 그런 곳입니다.


그 하동포구 팔십리를 통통배로 바람처럼, 물결처럼 떠내려 가 보았습니다.

솔밭나무 앞에 나루터가 조성되어 있는 하동포구공원,

아! 드디어 섬진강을 떠내려간다!


불과 오륙십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에서 화물선이 출발하여 통영과 부산까지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만,

이제는 그 흔적만 약간 남아 있습니다.

(잠길듯이 잠길듯이 잔잔하게 서 있는 첨단산업시설, 오늘은 어쩐지 정감으로 다가옵니다)

 

바로 강 너머는 전라도 광양 땅입니다.

섬진강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나누는 분리의 선이 아니라

오히려 두 지역을 연결하는 상생의 고리입니다.

섬진강 때문에 만나고 섬진강 때문이 정이드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간간히 재첩잡이 배가 떠다니고 이윽고 재첩1번지 신방촌이 손에 잡힙니다.


이 마을은 한 때 재첩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지금은 도로 노선이 바뀌고 재첩도 하류의 염분이 높아 상류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옛날의 명성 같지는 않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면 드디어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 섬진대교입니다.

이 다리를 기점으로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곳입니다.


이윽고 망덕포구, 바로 맞은편은 하동의 갈사입니다.

이 지역들의 영화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삼사십년 전만 하더라도 동네 개들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전설아닌 전설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김과 해산물들이 가져다 준 영화였지요.


하지만 산업화로 공단들이 들어서서 이제 그런 환경은 전설이 되었고

역사로만 기록되어 있는 현실입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 남해안의 초특급 전망대 금오산이

우리를 내려다 보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통영에서 여수까지 남해안의 3분의 1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권을 가진 곳입니다.

그래서 저는 금오산을 남해안의 초특급 전망대라고 명명한 바 있습니다.


드디어 갈사와 망덕을 빠져나오니 턱 하니 눈앞에는 남해섬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요새는 보물섬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만

그 섬을 한바퀴 드라이브 해 보면 왜 보물섬인지 알게 됩니다.

(산과 바다의 만남, 아니 산과 바다는 구분이 없어 보입니다. 산이 바다고 바다가 산 같았습니다)


노량해가 넘실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이 이순신장군이 전사했던 바로 승전의 바다이자

"장군의 마지막 바다"이기도 합니다.


늘 이곳에만 오면 그 날의 처절했던 현장의 장면들이 슬라이드처럼,

피비린내와 함께 귓전을 울리는 듯합니다.


고개를 뒤로 돌리면 저 멀리 아득히 지리산과 백운산이 병풍처럼 넘실거립니다.

바로 지난주에 잘록한 섬진강을 보기 위해 올랐던 형제봉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서 있었습니다.


불과 이레 만에 지리산에서 바다를 보았고

바다에서 이제 그 지리산을 보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바다에서 바라본 지리산은 아련했습니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그 숨결과도 같은 능선들이 하나도 꺾이는 곳 없이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어깨동무 하고 있는 곡선의 진미를 보는 듯 하였습니다.


어디가 바다고 어디가 산이야!

바다는 넘실거리고 산은 춤춘다!

산과 바다는 하나다

바다가 산을 낳고 산이 바다를 키운다

바다가 없으면 산은 숨을 멎고

산이 없으면 바다는 절망이다.


이런 생각이 들 무렵 이윽고 배는 남해대교 아래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 절묘한 조형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승선한지 꼭 두 시간 만내 발을 딪은 신노량 선착장은 갯내음으로

코가 진동을 했습니다.


잠자는 듯한 강물결과 비단결과 같은 노량해를 헤엄쳐서인지

내려서도 전혀 배를 탔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작은 다방들, 즐비한 작은 횟집들, 이곳의 영화도 예전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 냄새가 정겹고 시껄벅적한 항구의 옛 정취가 그립습니다.

바람처럼 떠 내려왔던 하동포구 팔십리,

그 넉넉한 품으로 맞아준 노량해,

이 꿈결과도 같았던 길을 또 그리워 할 것입니다.


<하동에서 조문환 드림>

 

태그  하동 조문환, 활공장,하동포구팔십리,형제봉,섬진강,노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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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ison   2011-10-19 22:18 수정삭제답글  신고
Hills meet the sea to make a picturesque view.
Nobody is able to immitate  or paint the landscape.
I miss HADONG.
산과 바다의 만남이 예술이네요. 어느 동양화도 어느 서양화도 흉내 못내는 ~
하동이 그립습니다. 
천상녀자   2011-10-12 10:35 수정삭제답글  신고
하춘화의 하동포구아가씨??? 한 번도 안들어 본... 어쨋든 하동포구 함 가고싶네요.
hannis56   2011-10-11 01:22 수정삭제답글  신고
하동이 참 좋은 곳이군요.. 횟집도 있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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