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들과 조촐한 회식자리에서 축제에 대한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축제가 너무 많아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의견과 축제가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정치도구화 됐다는 의견 등 축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다수였다.

 또한 축제콘텐츠가 너무 식상하고 차별성 없다는 전문적 이야기까지 축제에 대한 주관적 주장에 열을 올렸다. 
  필자는 15년간 축제에 대해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축제 콘텐츠 개발에 참여했다. 요즘과 15년 전의 축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리고 축제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시각은 어떻게 변했을까?

 사실 15여년 전만해도 지역축제의 대부분은 산업화되지 않은 알몸 그대로의 지역의 문화이자 삶의 일부였다. 글로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콘텐츠 중심산업의 가치가 확장되기까지는 말이다.

1997대 후반 IMF이후 국가적 차원에서 문화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면서 축제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로 창조산업과 문화융성을 정책기조로 삼고 있다. 공개석상에서 가수 싸이를 대표적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지역축제의 부정적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축제를 대폭 줄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축제의 순기능에 주목해야 한다. 한류의 큰 축인 K-POP은 축제라는 내수시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축제는 종합예술이면서 종합문화이다. 각종 공연과 체험, 놀이, 전통계승 등 축제의 기능은 문화산업의 자양분이다. 연예기획사는 축제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든든한 내수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실패에 대한 부담이 완화됐다. 축제의 주제공연은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이 융합돼 새로운 공연 장르를  창출하는 기회가 됐다. 예술분야 또한 공연장과 전시관을 벗어나 관객과 소통하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

 축제산업이 위축되면 문화융성은 그 기반을 잃어버릴 수 있다. 또한 창조의 기반인 융복합은 축제산업의 핵심이다. 축제장에서는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융합되고 어우러진다.  그리고 끊임없이 진화한다. 문화대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축제산업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지원한다. 이제는 축제를 문화산업이자 창조산업으로 봐야 한다.

 얼마 전 대전중구의회가 6년간 진행된 대전 대표축제인 효문화뿌리축제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삭감 명분은 축제 예산 5억을 시급한 지역복지 분야에 투입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대전시 중구는 행정기관 이전과 둔산 신도심 개발로 급격한 도시공동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공동화로 정주여건 악화의 도미노 현상을 가져와 경제적, 사회적, 교육적, 문화적 기능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30년 전 유럽에서 먼저 시작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등 유럽 각국은 도시재생을 위한 전략으로서 창의산업(문화콘텐츠산업)을 집중 육성해 그 성과를 얻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공업도시였던 리버풀은 70년 중반부터 급격한 도시공동화를 겪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버풀은 세계적인 팝그룹 비틀즈의 고향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틀즈도시로 브랜드해 각종 축제와 관광, 문화공연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 슬럼화 된 부둣가에서는 주말 상설공연을 개최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이색적인 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켜 도시관광의 주요코스로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효문화뿌리축제는 단순히 먹고 마시는 지역축제를 뛰어넘어 효와 뿌리의 중심도시 중구라는 도시마케팅 수단으로 큰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 오는 2016년 완공되는 효문화진흥원과 세계유일의 효테마공원인 뿌리공원, 효문화마을 등 효와 문중을 중심으로 한 중구만의 도시브랜딩의 중요한 콘텐츠다.

 앞으로 도시의 경쟁력은 문화와 예술이다. 70-80년대 하드웨어 중심의 경제성장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도시경쟁력을 확대할 수 없다.

 이번 축제예산 전액삭감은 이러한 세계적 도시경쟁력 패러다임에 대한 무지 또는 정치적 딴지(?)에서 비롯됐다. 무엇이 시민을 위한 진정한 선택인지 다시 한 번 숙고해야 한다.

이희성 (우송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