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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만들줄 아는 관악구, 강감찬축제에서 발견하다
jssuh    2017-10-28 죄회수 3,806 추천수 18 덧글수 8  인쇄       스크랩     신고


내가 대학교 다니던 때의 일이다. 그 때 나는 학교 가까운 신림동과 봉천동에서 하숙을 치렀다. 

친구들에게 물었다. 강감찬 장군이 중학교 어디 나온 줄 아냐고. 아무도 답을 안했다. 

그 분은 봉천중학교를 나오셨다고 내가 말했다. 왜냐하면 봉천중학교 정문에 크게 써 있었다. "강감찬 장군의 얼을 이어 받자"라고. 그래서 나는 강감찬 장군이 봉천중학교 나온 줄 알았다.

봉천중학교는 이름이 바뀌었다. 인헌중학교다. 인헌공 강감찬 장군의 호를 딴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장수가 누구일까? 

을지문덕장군 광개토대왕 근초고왕 이사부장군 김유신장군 최영장군 강감찬장군 권율장군 이순신장군 안중근의사..

그 중에서 구국의 3대 영웅으로 꼽히는 고구려 을지문덕, 고려 강감찬, 조선 이순신 장군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외국선수단과 관광객 그리고 서울시민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만든 인헌문화제가 작년부터 관악강감찬축제라는 이름으로 역사인물축제요 애국축제의 범주에 들어와 관악구민 뿐 아니라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관악구(구청장 유종필)가 주최하는 이 축제가 올해는 10월 20일과 21일 양일간 낙성대공원 일원에서 열렸다. 올해는 강감찬 장군이 거란의 10만 대군을 무찌른 귀주대첩 998주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2년 후엔 귀주대첩 1000주년이 된다.

귀주대첩(龜州大捷)은 1019년 3월 10일(양력) 강감찬의 고려군이 귀주(龜州, 현재의 평안북도 구성시)에서 거란족의 요나라에게 대승을 거둔 전투이며, 요나라 군사 10만 명 이상이 평야 한복판에서 몰살당했다. 요나라는 소손녕이 이끌었던 1차 침공은 993년(성종 12)이었지만 서희의 담판 협상으로 고려는 강동 6주를 획득하였다. 2차 침공은 1010년(현종 1) 강조의 정변을 구실 삼아 쳐들어 왔고, 1019년 3차 침공에서는 귀주대첩을 이끈 강감찬 장군에게 참패를 당하게 된다. 귀주대첩은 우리 역사상 4대첩의 하나로 꼽힌다. (살수대첩, 행주대첩, 한산도대첩과 함께 한민족 4대첩의 하나로 불린다)


관악구는 강감찬 장군을 구민의 자긍심으로 브랜드화하고 축제를 서울시의 대표축제로 브랜드화 한다는 전략으로 장군을 스토리텔링화하는 예술축제로 승화시켰다. 고려사와 용재총화에 나오는 글을 기초로 강감찬 장군의 출생설화를 극화해, 축제는 멋지게 막이 오른다. 현대 IT기술과 우리의 전통음악이 어우러지고 역사 이야기가 뮤지컬로 시민들에게 다가온다. 

낙성대(落星垈)라는 명칭은 이름 그대로 떨어질 락자에 별 성자, 강감찬 아기가 태어나던 날 밤에 하늘에서 큰 별이 떨어졌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북두칠성의 네번 째 별인데, 왼쪽에서 네번째인지 오른쪽에서 네번째인지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일곱개 중 네번 째는 한가운데이니 좌우 어느 쪽에서 시작해도 똑같지 않은가?

인헌초등학교 인헌중학교가 있는 관악구엔 인헌동과 은천동이 있다. 이는 각각 장군 시호와 아명을 딴 지명이다.

 

10월 20일 축제 첫날에 장군의 위패를 모신 안국사(安國祀)에서 추모제향을 올렸다. 

장군의 고향에서 때를 알리는 북을 치는 시보격고(時報擊鼓를 시작으로 전폐레 초헌아헌종헌례 음복례 망예례 예필을 차례대로 올리는 제향 홀기를 마쳤다. 관악구 김윤철 문화원장부터 금천강씨 문중 강연철 회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헌관과 제관들이 정성껏 제례를 지냈다. 

그런데 아직은 처음 치르는 축제인 듯이 제향은 제대로 올리지만 축제의 느낌은 펼쳐내질 못했다. 매끄러운 진행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경건모드가 아니고 장터모드였다. 사당 안에서 제를 올리는 동안 객석에 대형화면을 통해 영상으로 중계되었다면 장터 분위기는 나지 않았을 것이고 구청장을 비롯한 내외 귀빈들도 자리를 지켰을텐데,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아무렇게나 신도(神道)로 출입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안내문을 써 놨어야 했다. 



전야제 성격으로 무대는 화려하게 올려졌고 소리는 힘차게 울려 퍼졌다. 장군의 출생 설화를 바탕으로 무용, 연극, 노래와 연주가 살 떨리게 펼쳐졌다. 예술과 기술이 결합한 아트퍼포먼스(Art Performance)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융복합을 보여준 선진 사례였다. 관악구민이 부러웠다. 서울시내에서 이렇게 예술적으로 감동을 주는 축제는 흔치 않다. 


축제 둘째 날인 21일,

강감찬 장군의 출병식이 관악구청에서 열렸다. 관악구청역에서 서울대 고개까지 차량을 전면 통제하고 1300 여명의 관악구민 중심 퍼레이드 행렬이 시작되었다. 꼼꼼히 준비한 흔적이 보였다.

1300명이 약 1300미터를 소화하는 이 퍼레이드는 일본의 여느 마츠리 전승퍼레이드와 견줄 정도로 규모가 있었다. 

전문 극단이 출연하는 흥화진전투와 귀주대첩 재현 행사 등이 중간 중간 섞여가며 진행된 전승행렬은 이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킬러 콘텐츠요 주민화합의 도구이며 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조금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장군복을 입고 지휘하는 강감찬 장군과 함께 네마리의 말이 위용을 떨치며 퍼레이드 선두를 치고 나왔다. 취타대와 깃발부대 지난 뒤의 화살 퍼포먼스도 장군의 기를 대방출하는데 한 몫 했다. 

다른 지역의 축제처럼 교통을 많이 통제하지 않고 이면도로를 이용하여 찻길을 막지 않았다. 골목길 퍼레이드 코스를 선택한 것으로 축제의 신선한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주민들의 협조로 주차되어 있는 모든 차들을 이면도로에서 한 대도 남기지 않고 치워 줬다는 게 관악구민의 힘이지 않는가? 전승행렬 내내 가정집 옥상에서 꽃가루를 흩뿌리는 퍼포먼스도 축제 분위기를 한껏 높이는 아이디어였다.    

무엇보다도 젊은 출연자가 많아 축제 참여객도 젊어지는 효과를 연출해 냈다. 축제가 젊어진 것이다. 

선화예술학교의 예술표현에 축제에 참여한 남녀노소 관악구민과 외지 방문객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귀주대첩 재현 풍경도 잘생긴 젊은 병사들이 보여줬다. 

상황극을 약간은 어설프게 보여졌다. 칼싸움하는 거란군사와 고려군사가 좀더 실전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냈어야 했다. 칼싸움 효과음을 넣어 칼이 부딪는 소리도 쨍~ 쨍 났으면 좋지 않았을까? 

장군의 역할극도 별로 삽입되지 않았다는 게 아쉬웠다. 장군의 복장도 좀더 위용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퍼레이드 피날레도 무대 퍼포먼스보다 전승행렬에 경쟁적으로 참여했던 동별 출연자들이 모두 함께 강감찬 노래를 부르고 강감찬 떼춤을 추었다면 어땠을까? 이 보다 더 좋은 주민화합의 場은 없었을 것이다.

축제 기획력이 뛰어난 관악구였다. 기획력과 연출력은 압권이었으나 퍼레이드의 시간적 공간적 운영은 그다지 높지 않은 수준이었다. 洞別 퍼포먼스 경연의 자리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줄이 밀릴 때 보여주는 우리 마을만의 장끼가 왜 아무 洞도 없다는 말인가? 


 다행히 먹거리는 풍성했다. 마을 단합의 장으로 퍼레이드를 열심히 준비하여 전승행렬에 경쟁적으로 참여한 뒤에 동별로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주민화합형을 추구하는 관악강감찬축제의 대동성을 증명해 주었다. 

남현동의 비빔밥, 삼성동의 돼지수육, 인헌동의 순대국, 신림동의 절편 등 마을마다 특징있는 메뉴를 준비해 왔다. 관악구의 축제는 서울시의 보기 드문 주민주도형 축제였다.  




수도방위사령부의 군악대와 경찰 사이드카가 찬조 출연으로 무위를 뽐내줬다. 

서울여상 취타대가 전통행렬을 재현해 줘 사진사들이 많이 따랐고, 민간공연단이 협력하여 축제 분위기를 살려 줬다.

인공적 시설을 지나치게 설치하지 않고 낙성대 공원의 자연 그대로 환경친화적 축제장을 꾸민 것이 모범적 사례이며, <고려를 품은 관악, 강감찬 도시 관악> 슬로건도 함축미가 있어 좋았고 장군의 진취적 기상과 시각적 세련미가 더해진 캐릭터의 다자인 심미성도 뛰어났다. 여러 개의 캐릭터 입간판으로 축제장 주면 차량통제용 바리케이트로 사용한 것도 좋은 사례다. 축제장 주변 낙성대 길을 과감히 통제하여 축제장 분위기를 자아낸 것도 칭찬할 만했다. 이런 길은 주민에 피해를 그다지 주지 않기에 참 잘한 일이다.


원래 강감찬 장군은 무관이 아닌 문관 출신이다. 그래서 열린‘강감찬 과장(科場)’이라 이름 붙여진 글짓기 대회도 인기를 끌었다. 

고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고려촌 테마부스’도 고려시대 의상을 입고 참여해 볼 만했다. 여러가지 아기자기한 체험행사로 학습공간이 되었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옛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힐링공간도 되었다.


유종필 구청장은 인사말이나 축사를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감찬 축제를 단순한 지역축제가 아닌 서울시가 예산을 내려주는 서울의 브랜드 축제이므로 서울시의 선도적인 문화관광 콘텐츠로 성장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연길 축제위원장도 축제의 기획과 준비 그리고 운영과 평가까지 모든 것을 지휘하며 지우영 총감독과 함께 재능과 경험을 쏟았지만, 함께 고생한 998명의 축제추진위원에게 공을 돌리는 겸손한 리더쉽을 보였다.

그러나 이 축제는 정치적인 이유로 개최여부를 불안하게 하고 있어 안타깝다. 올 축제도 4월 28일(금)~29일(토) 양일간 개최하려던 계획이 정치일정을 핑계로 가을로 미뤄졌던 것이다. 또 내년 축제도 정치일정 운운하며 개최여부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이젠 더 이상 축제 외적인 이유로 축제가 취소되는 일은 없어져야 하기에 걱정을 해 본다. 

축제를 만들 줄 아는 관악구, 축제를 즐길줄 아는 관악구민이 약간은 부러웠다. 축제가 더욱 성장하여 서울시의 대표축제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  

태그  관악 강감찬축제,강감찬장군,귀주대첩,전승행렬퍼레이드,정연길,지우영,
연관축제  2017 관악 강감찬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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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리   2017-11-10 09:52 수정삭제답글  신고
사진만봐도 축제 참여 주민 인원이 어마어마하네요~볼거리,먹거리..공들여서 만든 축제임이 느껴지네요..
네번째 별~ 봉천중학교 출신 장군님,멋지십니다!!
 
BlingBling   2017-11-09 18:42 수정삭제답글  신고
축제다운 축제군요 혈세낭비형 축제가 많은 요즘 주민주도형 축제 더구나 뚜렷한 테마와 정체성가진 축제라서 ~ !!
coffee   2017-11-08 14:39 수정삭제답글  신고
낙성대는 장군의 동상을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던데 이젠 이런 대단위 축제를 벌이니 ~ :D 관악구 멋집니다 이런 축제는 큰길 막고 하세요 누가 뭐라고 안합니다 ^~^ 
미사일   2017-11-08 11:21 수정삭제답글  신고
그러게 말입니다. 구제역이다 조류독감이다 하여 축제취소하는 것도 웃기는데 고작, 겨우, 선거 땜에 축제를 미룬다는 건 좀.. 시민의식이 딸린다는~ 결과이지욧!!
라페스타   2017-11-05 15:33 수정삭제답글  신고
2년 뒤엔 강감찬 귀주대첩 1000주년이 되는군요 그 때는 뭔가 보여주겠지요?
HappyMom   2017-11-02 05:44 수정삭제답글  신고
화려한축제 뜻있는축제 인것 같습니다 담엔 구경한번 가봐야겠어요^^
얼씨구   2017-11-01 14:54 수정삭제답글  신고
관악 강감찬 왠지 멋진 기상과 웅지가 튀어나올듯한 축제명입니다.. 전승행렬 재미 있었겠네요,,
바따구따   2017-10-28 09:56 수정삭제답글  신고
낙성대란 명칭도 강감찬장군과 관련이 있었군요! 주민주도형 축제로 더욱 빛이 난듯합니다. 앞으로 문제점을 보완해 더큰 축제가 되길 저 역시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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